<그린호넷 3D> : <쿵푸팬더>와 <고스트버스터즈>를 좋아한다면!

당신이 영화광인데다 특히나 한국관객이라면,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많이 보았다면, <그린 호넷 3D>를 꼭 보길 권한다. 이 영화는 현재 (뛰어나지만 한편으로는) 지나치게 무거워져 있는 한국영화들에 눌려있던 당신에게 통괘한 휴식이 될 것이다.

최근 한국에서는 두 명의 남자 주인공들이 벌이는 액션/스릴러 영화들이 대세다. <의형제>에서 <초능력자>, <황해>까지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이러한 경향을 띠고 있다.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버디무비들이 인기를 얻어왔지만 현재 한국의 남자영화에는 한 가지 독특한 특성이 더해진다.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것. 한국에서 근래에 선보인 많은 남자 액션 영화들이 현실적이며 어둡고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. 이것은 비단 캐릭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. 현란한 액션과 폭발 장면, 차 충돌 장면도 모두 큰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무거운 감이 있다. 

따라서 묵직한 영화들에 압도되어 극장을 나서며 종종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. 
"맙소사. 대체 유머감각은 다 어디로 간 거야!?!"

1월 27일에 개봉하는 <그린호넷 3D>는 이러한 면에서 극장가에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작용을 할 영화다. 미셸 공드리는 다른 대규모 3D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. 어떻게 하면 더 멋있고 거대하고 충격적으로 보이게 할까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, 장난기 가득한 3D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것이다. 

그래서일까. 원작이 있는, 기획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감독의 전작인 <수면의 과학>이나 <비카인드 리와인드>의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. <그린호넷>에서 자신만의  비밀발명품들을 단 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(<수면의 과학>)이나 말도 안되는 상상과 논리를 실행에 옮기는 어리버리한 악동들(<비카인드 리와인드>)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. 

이런 얼렁뚱땅 캐릭터들이 펼치는 모험은 다분히 어린 시절, 명절 때면 보던 <고스트버스터즈>(1984)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. <<고스트버스터즈>가 난장판식 유령 코미디였다면, <그린호넷>은 난장판식 수퍼히어로 코미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. 이들이 상대하는 거대 악당인 추노프스키가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<고스트버스터즈>의 유령들처럼 어설프게 보이는 것도 그러한 특성에 기인한다. 그렇기 때문에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화려한 폭발씬, 차 추격씬, 액션씬들은 모두 그 규모에 비해 놀랄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 가능한 것들이다. 그리고 그 쾌감은 상당함을 부인할 수 없다.

통통하고 어리버리한 캐릭터가 무술의 고수를 만나 좌충우돌 협력하며 성장한다는 내용적인 면에서는 <쿵푸팬더>가 연상되기도 한다. 세스 로건이 맡은 브릿이란 캐릭터는 표정이나 성격이 마치 쿵푸팬더 그 자체인듯 보이며 비밀스러운 무술고수 케이토를 맡은 주걸륜 또한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비범한 캐릭터(그는 그가 주연을 맡은 모든 영화에서 평범을 뛰어넘는 능력의 소유자 - 쿵푸농구 천재, 카레이싱 천재, 피아노 천재, 무술과 효심에 뛰어난 왕자 등등 - 로 출연했으며,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바 있다)를 특유의 여유 있는 표정으로 소화해냈다. 특히 주걸륜의 경우, 그가 실제로 피아노를 연주하며, 노래를 하고, 무술을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살려 영화의 곳곳에 그러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. 영화 속에서 동서양을 섞는 경우에 흔히 발생하는 어색함을 <그린호넷>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.   
 
<그린호넷>의 브릿과 게이토처럼, (그들이 승리하고 성장함에도 불구하고) 시종일관 끝까지 진지해지지 않는 캐릭터들을 보는 것은, 요즘처럼 모두가 진지하고 심각한 시대에 정말이지 즐겁고 통괘한 일이 아닐 수 없다.  

by 유리오이 | 2011/01/26 23:56 | 영화 이야기 | 트랙백(1) | 덧글(1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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